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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 기록/관극: 일기

[하데스타운] 21.09.19. vs. 21.09.22. (조형균 vs. 박강현, 김수하, 김선영, 김우형 vs. 지현준, 최재림 vs. 강홍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극 (2)

by 신난 젬마 2021. 9. 29.

하데스타운

 

3.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김선영, 김우형 vs. 지현준)

 

굳이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를 묶어서 리뷰하려는 이유는 아무래도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간의 케미를 보는 것도 이 극의 관극 포인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선영(여왕), 김우형(소녀), 지현준

당연히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 간의 케미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그 둘은 직접적으로 붙어있는 장면이 많이 없다고 느껴져서일까. 오히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케미가 극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와 대칭성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사랑하는 것뿐이야,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이라는 페르세포네의 말처럼 에픽3의 내용을 듣다 보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언뜻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의 이야기를 하며 "남자, 사랑에 빠진"이라는 대목에서 에우리디케를 쳐다보는 연출을 고려했을 때 두 커플간의 대칭성은 매우 의도적인 장치로 보인다.

 

또한, 두 커플간의 대칭성은 영어 가사에서 특히 더 잘 드러난다.

에픽 3에서 "But you knew that you wanted to take her home(하지만 당신은 그녀를 집에 데리고 가고 싶었지)"라고 말하는데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져 부르는 넘버의 제목이자, 에우리디케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Come home with me"이다(한국어로는 "나와 결혼해줘요"로 번역되었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나자마자 한국어로 "우리 집에 가요"이러면 조만간 피고인으로 뵈어야 했을 듯...ㅎ...).

 

 

 

 

그러고 보니 하데스타운에서 "Home"이란 뭘까 싶다.

에픽3에서 하데스(YOU)는 페르세포네(HER)를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고 하고

"But you knew that you wanted to take her home"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처음 만났을 때도

"Come home with me"라고 말했고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하데스타운에 온 후에 제일 처음 한 말도

"Come home with me"이다.

그리고 하데스타운을 떠나며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에게

"You take me home with you", "Take me home"이라고 말한다.

 

결국 모두에게 돌아갈 곳, 가장 소중한 곳은 Home이니까,,,(아무 말)

 

그곳이,,, 홈이니까,,!

 


 

 

김선영(여왕) 페르세포네는 생각보다 귀여운 여왕이다.

카리스마 좔좔 무서운 여왕님을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호탕한 만취한 언니 느낌.. 그런데 귀여운, 그런데 자기는 자기가 왜 귀여운 줄 모르는,, 마약같ㅇㅏ,,,

귀여워ㅁㄴㄹ어ㅗㄴ밍러ㅏ!!!! 장벽 뿌셔!!!!!

 

특히 만취연기가 미쳤는데, 중간에 구석에서 고개 숙인 채로 다리 잡고 깊은숨 내쉬는 거 보고 느낌표 떴다.

저건,, 술 취한 나잖아,,?

왕년에 술 좀 드셨던 느낌.. 그 와중에 넘치는 카리스마,, 그냥 페르세포네 그 자체다.

2막 초반(Our lady of the underground)에는 누가 또 저렇게 무대를 씹어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케미랑 같이 엮어서 이야기해볼 거다.

하데스는 양준모 하데스.. 를 보고 싶어 했고, 평소 저음과 울리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성악 출신 배우들에게 환장하는 편).

 

 


김선영 X 김우형

 

일단 김우형 하데스는 생각보다 넘버를 부를 때 힘이 넘쳐서 놀랐다. 기대했던 풍부한 저음의 발성은 아니었지만..

브로드웨이 버전의 하데스가 저음과 힘으로 권위를 보여준다면, 김우형 하데스는 힘! 힘! 힘!으로 하데스를 채워낸다. 

당신의 에너지.. 무엇...

 

그리고 페르세포네에 대한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하데스다. 원래 하데스타운에서 의도한 하데스라는 캐릭터는 페르세포네와 약간의 권태기를 겪고 있는,,, 부부인 것 같았는데, 김우형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짝사랑하는 느낌에 가깝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쟤 페르세포네 좋아하네.. 사랑하네..라고 할 것만 같은.

그래서인지 케미도 독특했다. 원래 부부인 것도 한몫했을까? 괜히 부부케미, 부부케미 하는 게 아니었다.

 

김우형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로부터 사랑받고 싶지만, 하데스타운을 이끌어나가는 사장님으로서 그 역할을 잘 해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페르세포네로부터 미움받게 되는 굴레에 빠져버린 짠한 하데스, 짠한 사장님이다.

운명의 세 여신(이 구역 일진짱)이 하데스에게 "어떡할 거지? 어떡할거지? 어~떡할거지!!!!"할 때 제일 갈등할 것 같은 하데스이기도 하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확 와닿는다 = 더 짜증 난다는 뜻 ^^;;).

 

진심 세계관 최강자.. 개빡셈..

 


김선영 X 지현준

 

지현준 배우 목소리가 이렇게 저음이었던가..? 브로드웨이 버전 하데스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국인은 낼 수 없겠구나 싶을 정도로 극도의 저음의 목소리로 말하는데, 지현준 배우가 정말 브로드웨이 버전에 버금가는,, 저음으로 대사를 쳐서 처음 듣고 "!!!!" 느낌표가 떴다.

 

거의 음률이 느껴지지 않게 말하듯이 하데스의 넘버가 진행되는 브로드웨이 버전과 다르게 김우형 하데스로 볼 때에는 음률이 느껴져서 좋음과 동시에 아무래도 그런 저음은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지 싶은 생각이 들어 굉장히 양가적인 감정이었는데, 지현준 하데스는 가장 브로드웨이 버전과 흡사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브로드웨이 버전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호

 

또 Why we build a wall(왜 우린 장벽을 쌓는가)에서 중간에 냅다 소리를 질러 버리는데, 신념에 미쳐버린 사장님 같기도 하고.. 원래도 강렬한 장면을 더 극적으로 만드는 것을 보며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배우구나 싶었다.

 

단점이라면 극도의 저음으로 말하다 보니 다소 전달력이 떨어진다. 자2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자첫이었으면 뭐라는 거지..? 싶을 순간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건 배우의 단점이라기 보단 개인적인 아쉬움이었는데, 넘버를 부르면 아무래도 극저음으로 말할 때의 목소리톤보다 훨씬 높아져서 그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김선영 X 김우형 커플과 정반대의 케미였는데, 김선영 X 지현준은 이미 결혼한 지 한 200년 됐고 서로 권태기 맞음. ㅇㅇ

 

지현준 하사장님은 맨날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사랑은 어릴 때나 있었지~ 하면서 페르세포네한테 무심하게 구는데,

막상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올라가면 6개월 동안 괜히 생각나고 그립고 그럼.

사실은 페르세포네한테서 사랑받고 싶지만 본인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괜히 더 짜증 나는 기분에 페르세포네에게 무심하게 굴고, 다정하게 한마디 못하는 주제에 페르세포네한테 선물로 열심히 지옥 발전시켜놨는데(?) 좋아해 주기는커녕 페르세포네가 "이건 정상 아니야"라면서 몰라주니까 빡치고!!

아주 총체적 난국인 하사장이다.

 

 


하데스타운의 결말이 주는 메시지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관계성도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더보기

"결국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

 

오르페우스가 작곡해낸 -에픽-역시 하데스가 어린 시절 페르세포네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 부른 노래이기 때문에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오르페우스가 운명을 거슬러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면서 에우리디케를 찾아 나서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위해 불렀던 노래를 오르페우스가 불렀던 것처럼 세대에 걸쳐서 노래가 이어진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인간이 희망을 품고 다시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은

(마치 맨 오브 라만차에서 Unreachable Dream을 향해 Reach 하는 것처럼)

한 인간의 삶에서도 반복되지만, 세대를 이어 반복되고 그렇게 변화해나가는 인간의 history라고 말해주는 느낌.

 

결론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사랑해.

최고야 짜릿해.

 

 

 

그러고 보면, 5 주연의 비중을 적절히 안분하고 각 역할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가장 큰 힘 아닐까?

 

 

 

 

(3)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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