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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 기록/관극: 일기

[하데스타운] 21.09.19. vs. 21.09.22. (조형균 vs. 박강현, 김수하, 김선영, 김우형 vs. 지현준, 최재림 vs. 강홍석)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극 (1)

by 신난 젬마 2021. 9. 28.

 

이제는 저 포스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극:
절절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제 별점은요, ★★★★★ (5.0/5.0)

<엄청난 캐스트>
다시는 이런 캐스트가 올 수 있을까?
취향 차이가 있을 뿐 못하는 배우는 없다.

<촘촘하고 미친 넘버>
넘버의 리프라이즈 방식이 촘촘하고 치밀하다.
넘버가 좋은 거야 말모 말모,,,

<똑똑한 연출>
대극장치고는 소박한 연출이지만 정말 똑똑하게 활용했다.
오히려 다 보고 나서는 화려한 무대였다는 착각이 들 정도

<나쁘지 않은 번역>
물론 지금도 번역에 대해 왈가왈부 많지만...
그래도 코멧을 생각하면 1일 1팩의 충격...
지크슈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 

 


하데스타운은 21.09.19. 자첫, 그리고 21.09.22. 자2을 했다.

캐스트는 일단 김선영과 김수하를 고정으로 꽂고 돌았기 때문에

오르페우스는 조형균, 박강현

헤르메스는 최재림, 강홍석

하데스는 김우형, 지현준이었다.

 


 

극 자체에 대한 총평은

친구에게 극 끝나고 바로 남겼던 카톡 ㅎㅎ

사실 자2을 해버린 것도 자첫하고 머리를 세게 맞은듯한 충격에,,, 안 보려고 안 보려고 했는데 결국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기에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를 뻔하지 않게 풀어냈고(머리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지 않기를 응원하게 되는 몰입도에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곁들인 결말까지. 뜻밖의 인생극을 만나버렸다.

 

사실 인터미션까지만 해도, 넘버 참 좋긴한데 그렇게까지 몰입은 안되고 볼만 하네.. 6개월씩이나 하니까 어쩌다 가끔 볼 거 같다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너무 충격을 받은 상태로 나와버렸고 그 길로 바로 22일 공연 표를 잡아버렸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나는 이런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가진 극을 좋아한다.

무작정 희망! 행복! 하는 꽃밭이 아니라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과 한계까지도 끌어안아버리는 따스함. 

1년, 1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한 인간으로서 외면하게 되거나 잊고 살아가던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도 공연예술이 가질 수 있는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단순히 눈물을 흘리거나 웃게 해주는 것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역할을 바라게 될 때가 있는데, 하데스타운이 바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결말을 이렇게 내지 않았다면 토니상 8관왕에 빛나는 수상경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

 

210919 vs. 210922 캐스트

 

추석 기념 포토카드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접어놓았음

 

1. 오르페우스(조형균 vs. 박강현)

뮤즈의 아들, 어떤 의미로는 인간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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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면서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노래를 부르는..

인간은 이상에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없이 이상에 닿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것이 인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고음에 집에서 혼자 불러봤는데 여자인 나한테도 너무 고음쓰 ^^;;; 이걸 부른다고,,? 라는 의문이 들었고

다른 캐스트인 시우민이 이걸 어떻게 부를지 궁금했다 시우민이 이걸 부른다고?

 

조형균과 박강현, 둘 다 하이 테너인 만큼 고음을 잘 소화해냈는데,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부르는 조형균(쌀)과 연약하지만 용기를 내는 오르페우스의 느낌을 잘 살린 박강현(뉴깡)이 되시겠다.

 

오르페우스에 대한 관극 포인트는 에픽1 -> 에픽2 -> 에픽3로 이어지는 넘버의 변화와 점점 가성에서 진성으로 바뀌어가는 오르페우스의 목소리다.

 

조형균(쌀)은 순진하지만 단단한 오르페우스였던 반면, 박강현(뉴깡)은 우리 아이가 조금 모자라지만,,, 의 약간은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가 연약하지만 용기를 내어 보르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조형균(쌀)의 넘버와 연기에서 전반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박강현(뉴깡)의 오르페우스는 2막에서의 반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두 배우는 오르페우스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도 달랐는데, 조형균(쌀)은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느낌이면 박강현(뉴깡)은 그냥 바들바들 떨지만 용기를 내는 게 안타까운 느낌.

 

조형균(쌀)이 안정감 있는 넘버와 몰입력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박강현(뉴깡)은 강한 한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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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은 아무래도,,, 취업사기를 당한 에우리디케와 붉은 혁명,,, 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

조형균(쌀)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따랐다면,

박강현(뉴깡)은 그냥 선동 그 자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감정이 동해서 따라갔을 거 같다.

 


 

2. 에우리디케 (김수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에우리디케와 하데스타운의 김수하 에우리디케

<하데스타운>에서 에우리디케는, 전형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가냘프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굶주린 데다 세상과 바람을 잘 아는 아이로 등장한다. 어쩌면 현대인과도 같은 캐릭터이다.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는 오르페우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세상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현실을 택하게 되는.

 

김수하 배우야 말해서 뭐할까. 개인적으로는 동시대 젊은 여자배우들 중 가장 라이징 스타가 아닐까 싶다.

브로드웨이 버전과 비교해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맑고 힘있는 목소리와 연기력. 심지어 몸도 잘 쓴다...

 

에우리디케는 상징적인 동작이 많아서 좋았는데, 노골적이지 않고 상징을 통해 신화의 내용까지 탄탄하게 가져가는 연출이라 확실히 회전을 돌 요소가 많은 극이라고 느꼈다. 자2을 할 때에 확실하게 보게 된 것은 에우리디케의 죽음에 관한 상징이었는데,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기차표인 동전 두 닢을 받은 후 무대 중앙으로 나와 두 눈 위에 동전을 올려둔다거나, 에우리디케가 헤르메스에게 동전 두 닢을 지불하자 헤르메스가 조의를 표하고 운명의 세 여신들이 얼굴에 검은 베일을 내리는 모습, 심지어 헤르메스가 작은 새와 독사의 대결(Sonbird versus rattle snake)이라고 하는 넘버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에우리디케가 독사에 물려 죽게 된다. 죽은 이들은 스틱스 강을 건널 때에 뱃사공인 카론에게 뱃삯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장례를 치를 때에 뱃삯을 함께 보내주었는데, 동전 두 닢은 이때의 뱃삯을 상징하고 죽은 이들의 눈 위에 올려주거나 입에 물려주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와의 대비 또한 좋았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향한 사랑의 감정으로 부르는 wait for me와 에우리디케가 외로움과 의심 속에 괴로워하는 인간(오르페우스)에 대한 연대로 부르는 wait for me. 그리고 두 wait for me 모두 상대방은 들을 수 없다는 점까지.

 


 

(2)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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